NES/패미컴 이야기.
일본과 미국은 아날로그 방송 시스템으로 NTSC을 써 왔고, 유럽 대부분은 PAL 시스템을 사용해 왔습니다. 게임기 출력이 TV로 나가기 때문에 당연히 게임기에서도 NTSC와 PAL에 대해 별도의 고려를 해야 했습니다.
NTSC는 60 Hz로 동작하고, PAL은 50 Hz로 동작하며 화면 비율도 서로 달랐습니다. 그래서 NES의 미국 기기와 유럽 기기는 이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스펙을 가지고 있습니다. NTSC 게임기는 60 Hz, PAL 게임기는 50 Hz에 맞추어 게임 클럭이 동작하는 거죠. 이게 무슨 말이냐면, 똑같은 게임을 NTSC와 PAL에 각각 실행할 경우 PAL쪽이 게임 플레이와 음악 모두 17.5% 느리게 동작한다는 말입니다.
몇몇 게임은 미국 버전과 유럽 버전을 별도로 고려하기도 했습니다. 마리오 유럽 버전은 BGM을 내부적으로 더 빨리 돌리는 것으로 어느정도 처리했으며 효과음도 미묘하게 다르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냥 NTSC 판을 그대로 PAL 판으로 내놓아서 유럽 게이머는 느릿느릿한 게임을 즐겨야 했습니다.
당시 닌텐도 이외의 다른 게임기들도 모두 CPU 클럭 조정을 가했고, 슈퍼 패미컴/SNES 세대 역시 그랬습니다. 닌텐도 64는 CPU 클럭 조정은 안 했지만 여전히 비디오 frame rate가 다르기 때문에 유럽의 마리오 64는 17.5% 느립니다.
그러다 유럽에서도 50/60 Hz를 함께 지원하는 TV들이 널리 퍼지면서 게임기에서도 60 Hz 모드를 지원하게 되고, 이렇게 점차 50 Hz 하드웨어 문제는 사라지게 됩니다. 이제는 디지털 TV 시대인데 설마 이런 문제가 계속 있을 것 같지도 않죠.
하지만 사실은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Wii 버추얼 콘솔에 올라온 몇몇 게임은 PAL 지역에서 50Hz로 동작합니다. 지난 달 Wii U에도 버추얼 콘솔이 열렸는데 역시 PAL 지역에서는 50Hz로 돈다고 하네요.. 여러모로 유럽이 안타까워졌습니다.